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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사는'법'

기억해둬 지금의 동구 좌천동

북항 재개발 호재 버스에 발을 딛기로 결심한 날 부동산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이 곳을 천천히 거닐어 보기로 했다. 

부산살이 39년 만에 처음으로 좌천동 가구 거리 뒷골목을 걸은 것이다. 뭐랄까? 순식간에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. 이렇게 낯선 동네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. 이 곳은 역사의 거리였다. 교과서에 나오던 생생한 현장 같았다. 일신 기독교 병원의 설립에 관한 기록과 독립 유공자들의 생가 그리고 아주 오래 전 포구로써의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역사의 깊이가 있는 곳이였다. 

항일 독립유공자 정오연의 생가터 ( 동구 정공단오 22 )

과거의 흔적을 지켜주면서 아주 조심 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현재의 감성을 싹트고 있는 이 거리... 북항 재개발과 함께 이 곳에 새로운 조명...  아니 꺼져있던 옛 조명을 다시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. 역사 다시보기와 함께 어우러진 구도심의 탈바꿈에 대한 기대는 분명 예쁜 카페가 있을 법한 그런 가벼운 느낌으로 부터 커지는 것 같다. 

부산에 살면서 이 곳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. 하지만 이제는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얘기의 시작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'감'은 너무나도 강하다. 

또 하나, 여기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을 법한 예술가들이 건재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설레임을 준다. 지금까지는 좌천동이 가구거리로 아주 오랫동안 알려져 왔지만 아마도 그 시작은 자개/고전칠기 공예을 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. 

좁은 골목길을 따라 탐색을 하니 자개공예를 하는 곳이 심심찮게 발견이 되었기 때문이다.

그런데 그 와중에 아주 아주 눈에띄는 상점있었는데, 아무런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지만 투명한 유리샤시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어 이내 나의 발걸음 여러번 왔다기 갔다리 하며 바빴다. 

#목원산방 

'나무로 만드는 모든 받침' 

'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찻잔 받침' 

이 상점의 주인처럼 보이시는 분이 작업 테이블에 앉아계셨는데 나 처럼 밖에서 기웃거리는 손님을 많이 대하신냥 신경쓰지 않으셨다. 하지만 신경을 쓰시건 말건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저기 멀리서 급하게 사진 한장을 찍고 후다닥 골목을 빠져나왔다. 분명 이 골목에서 한 분위기를 담당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길 바란다. 다음엔 누군가 함께 와서 용감하게 문을 열고 조금 더 알아보리라! 

이곳의 또 다른 역사적 포인트는 일신기독병원이다. 오스트레일리아 장로교의 한국선교원에서 설립하였고, 산부인과 진료와 함께 여의사에 대한 전문 교육기관으로 주력을 했다고 한다. 그러고 보니, 일신기독병원이나 메리놀병원에서 태어났다는 내 또래 사람들을 꽤 찾아 볼수 있었던 것 같다. 잘 모르지만, 이익 창출에 기반을 둔 근래 병원과는 태생이 다르니 허름한 건물임에도 믿음이 가는 곳 같기도 하다. 과연 북항 재개발이 확산 된다면 이 곳 병원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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